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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7일에 이어 엿새 만인 지난 13일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북한 국방과학원 대변인은 14일 담화에서 이같이 밝히고, “최근에 우리가 연이어 이룩하고 있는 국방과학 연구성과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믿음직한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을 더 한층 강화하는 데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주목할 것은 이번 실험의 성격을 설명하면서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이라고 밝힌 점이다. 국방과학원에 이어 7시간 뒤 북한군 서열 2위인 박정천 총참모장이 담화를 내고 최근의 시험이 “미국의 핵 위협을 확고하고도 믿음직하게 견제, 제압하기 위한 또 다른 전략무기 개발에 적용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신년사의 핵심 메시지는 북·미 협상 구도에서 남북관계를 분리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는 점으로 보인다. 정부가 북·미 대화의 촉진 역할에서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진전에 무게중심을 옮기겠다는 것은 중대한 대북 태도 전환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년간 남북협력에서 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면서 이는 “북·미 대화가 성공하면 남북협력의 문이 더 빠르게 활짝 열릴 것이라고 기대”해 북·미 대화를 앞세워 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남북관계를 북·미 협상에 종속시켰던 그간의 태도를 자성하면서 변화 의지를 밝힌 것은 긍정적이다. 북·미 협상과 무관하게 남북관계에서 독자적인 공간을 확보해 나가는 것은 한반도 문제 당사자로서 당연한 책무다. 남북관계에서 독자적 공간을 확보하게 된다면 북·미 대화의 촉진자 역할에도 탄력이 붙게 된다.


북한은 또다시 도발 수위를 높이며 벼랑 끝 전술을 펴는 과거 행태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미국 또한 북한이 예전보다 훨씬 높은 전략무기 능력을 확보하고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이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나는 그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유화적 태도를 보인 것은 다행스럽다. 최근 유엔에서 일부 대북 제재를 풀어주자는 중국과 러시아의 중재안이 재차 거론되고 있다. 연말 시한을 넘긴 북한과 김 위원장의 뜻을 확인한 만큼 미국도 열린 자세로 나서야 한다. 한국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도 촉진자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가 발주한 경남 고성의 한 화력발전소는 석탄운반용 컨베이어 장비 아래에 노동자의 접근을 막는 ‘방호울’을 설치하지 않고 작업한 사실이 드러났다.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 김용균씨가 숨졌을 때도 현장 컨베이어 장비에 방호울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다. 산업현장 안전불감증에 대해 정부가 민간에 대해 뭐라고 할 만한 처지가 못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맹국을 현금자동인출기(ATM) 취급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례한 겁박에 한국인들의 인내가 임계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더 이상 동맹을 흔들면 소탐대실할 수 있다.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분담금 협상에 임해 동맹의 훼손을 막아야 한다.


보수통합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한국당의 결단이 절실하다. 한국당은 처절한 반성 위에 책임있는 조치를 취한 뒤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는 대범한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단순히 반(反)문재인 연대에 그쳐선 시민의 지지를 얻기 어려울뿐더러, 그런 통합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시민에게 감동을 주려면 인적 쇄신을 포함한 변화와 혁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서울고법 행정7부는 4일 다국적 통신업체인 퀄컴 3개사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취소 소송에서 공정위 손을 들어줬다. 퀄컴이 독점적 특허권을 앞세워 경쟁사 및 휴대전화 제조사에 부당한 거래를 강요한 것에 대해 공정위가 거액의 과징금 등을 부과한 조치가 대부분 적법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통신시장에서 ‘특허권 갑질’을 행사해온 퀄컴의 책임을 엄하게 묻는 것은 당연하다.


불기소 결정문 비공개에 따른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전관 특혜, 밀실·늑장·짬짜미·제 식구 감싸기 수사 등으로 검찰이 불기소 결정을 해도 이를 확인할 길이 없었다. 재정신청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소송 비용과 시간 부담으로 대부분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한 해 135만여건의 불기소 사건 중 ‘김학의 성폭행사건’처럼 검찰이 죄를 묻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검찰 설명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런 사건이 한두 건이 아닌 것으로 의심되는 것이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 등 전·현직 검사들의 내부고발을 보면 ‘상부의 지시’ 혹은 ‘수사를 안 해서’ 등 여러 이유로 불기소 처리되는 사건이 많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번 파병 결정으로 분쟁지역에 군대를 보내는 위험을 무릅쓰게 됐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분쟁이 일고 있는 해역에 국군을 파병한 것은 처음이다. 해상은 지상보다 전장의 불확실성과 작전상 위험이 더 크다. 1990년 이후 초기 파병이 주로 의료지원이나 재건의 성격이었던 데 비해 최근에는 전투 부대를 보내는 점도 우려스럽다. “이번 파병이 역사상 가장 위험한 파병이 될 것”이라는 정의당 등의 평가는 일리가 있다. 국방부는 청해부대의 임무 확대를 “중동 정세가 호전될 때까지”로 한정했지만 그 임무가 언제 종결될지 알 수 없다. 중동 정세가 워낙 불안하고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어 언제든 위험요인으로 닥칠 소지가 있다. 이란은 2주 전 미군에 반격을 가하면서 “미국의 반격에 그 우방국들이 가담하면 그들의 영토가 우리의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에서 청해부대가 한국 선박만을 호송하지만 미국이나 일본 등의 선박 호송 요청에도 응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찜찜한 대목이다. 때에 따라서는 청해부대가 이란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공작’에 개입한 삼성 전·현직 임원들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법원이 삼성에버랜드에 이어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방해공작을 단죄함으로써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이고 공공연하게 노조 설립을 방해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하루 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삼성의 사과문 발표는 이례적이었지만, 추상적이고 모호한 입장 표명으로 그쳤다. ‘노조 인정’과 같은 노사상생의 구체적 표현도 찾아볼 수 없었다. 삼성그룹 총수일가는 아직 ‘노조 와해’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정상외교의 미덕은 최고지도자끼리 마주 앉아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도 대화를 거듭하며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는 사이에 엉킨 매듭도 자연히 풀리게 마련이다. 물론 알맹이 없는 만남을 반복해서는 안되겠지만, 꼭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을 안는다면 관계를 지속하기 어렵게 된다. 특히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우면서도 굴곡이 많은 한·일 간에는 만남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긴요하다. 이날 회담을 기점으로 한·일 정상이 ‘셔틀외교’ 방식으로 정례 회담을 지속한다면 양국 간에 깊게 팬 골은 메워질 것이다.


한국당은 ‘임시국회 회기 결정’ 안건에서부터 필리버스터를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예산부수법안에 대해 대량의 수정안을 내는 방식으로 지연전을 펼쳤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의사일정 변경 동의를 통해 선거법 개정안을 전격 상정했고, 한국당은 본격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앞으로 ‘쪼개기 임시국회’를 열어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조정 관련 법안 순으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결국 마지막까지 파행과 변칙으로 얼룩질 상황이다. 이는 협상과 대화의 통로를 끝내 외면하고 무조건 반대로 일관한 한국당이 자초한 것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4+1’은 이제는 흔들림 없이 절차에 따라 선거법과 검찰개혁 법안을 처리, 개혁의 결실을 맺어야 한다.


가족과의 덕담은 잠시, 걱정이 더 많았던 올 설이다. 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공포는 확산되고 있다. 주요 현안인 검찰개혁과 바뀐 선거법은 뒷전으로 밀려날 정도였다고 한다. 국내외 메이저공원 상황이 어수선한데도 우리 정치권은 서로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하기보다는 온통 4·15 총선에 쏠려 있다. 정작 시민들은 다가오는 총선보다 일자리 부족과 경기 침체 등 민생을 걱정하고 있는데 그들은 총선의 유불리만 저울질하고 있다. 진짜 민생을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달라는 게 설 민심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7일 “설 민심은 한마디로 민생 먼저였다”며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2월 임시국회를 제안했다. 야당도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항을 종합하면 허점과 불법이 키운 인재였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문제의 펜션은 원래 냉동공장으로 세워졌다가 20여년 전 2층 일부를 다가구주택으로 변경하며 ‘근린생활시설 및 다가구주택’으로 등록됐고, 10년째 불법 펜션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초 소방당국의 화재 안전 특별조사가 참변을 막을 기회였지만, 건축주의 거부로 내부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 다가구주택은 숙박업소와는 달리 세입자 등이 내부 확인을 거부하면 강제로 점검할 수 없다. 안전점검은 허가받은 숙박업소에 집중되고, 무허가 업소에는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구조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오른 선거법과 검찰개혁 등 개혁 법안을 둘러싼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 13일 여야에 사흘의 시간을 주고 합의 노력을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주말 물밑 접촉도 이뤄지지 않았다. 16일 오전 여야 3당 원내대표 간 담판의 장이 열리지만 합의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여야의 협상 결렬은 곧 ‘강 대 강 대치’를 뜻한다. 타협이 안되면 차선을 택하는 게 의회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우리 의회는 그러기는커녕 노력하는 시늉도 찾아볼 수 없다. 이대로라면 연말까지 임시국회가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하며 충돌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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